인공지능의 눈으로 본 MRI: 고품질 영상처리의 원리


작성자 정우진

에어스메디컬의 임상 연구원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가속 촬영한 MRI 영상을 원래 촬영에 준하는(혹은 그 이상의) 품질을 갖도록 복원해주는 기술이 의료 분야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가속 촬영으로 인한 품질 저하를 인공지능이 어떻게 복원해준다는 것일까요? 에어스메디컬이 SCI 학술지 European Radiology에 출판한 논문 “MR-self Noise2Noise: self-supervised deep learning–based image quality improvement of submillimeter resolution 3D MR images”을 통해 그 원리를 파헤쳐보고자 합니다.

MRI는 필연적으로 촬영 시간과 영상 품질 사이에서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장비입니다. 촬영 시간을 줄이면 영상 품질이 나빠져 진단이 어려워지고, 영상 품질을 좋게 만드려다 보면 촬영시간이 너무 길어져 환자가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즉, 짧은 MRI 촬영 시간은 항상 영상의 품질 저하를 동반하게 됩니다. 품질이 어떻게 저하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을 먼저 보실까요?

 

마치 사진에 모래를 뿌린 듯 거친 영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을 우리는 영상에 ‘노이즈가 꼈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영상에 노이즈가 많으면 정확한 진단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실제 인체 구조는 건드리지 않은 채, 노이즈만 걷어내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어떤 원리로 노이즈와 기존 구조물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일까요?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의 성능은 많은 데이터로부터 경험을 쌓는 것에서 기인합니다. 예를 들어, 노이즈가 잔뜩 껴 있는 수만장의 MRI 영상과, 노이즈가 없는 깨끗한 MRI 영상의 쌍이 있다면, 인공지능이 각 쌍을 비교하면서 뇌 구조물의 패턴과 노이즈의 패턴을 구별하고 노이즈만 없앨 수 있도록 학습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공지능을 위해 준비할 건 수만장의 노이즈가 껴 있는 MRI 영상과, 같은 상황에서 노이즈가 없는 깨끗한 MRI 영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세트를 구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첫번째로, MRI 촬영 기법의 특성상 영상에는 항상 적게라도 노이즈가 껴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 촬영시간을 매우 길게 한다면 ‘깨끗한 영상에 가까운’ 데이터를 얻을 수 있지만, 매번 환자에게서 긴 시간을 추가로 들여 MRI 촬영하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깨끗한 영상 없이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을까요? 이 물음은 인공지능 영상 처리분야에서 꽤 오랫동안 발전되어 왔고, 2018년 엔비디아(NVIDIA)에서 발표한 노이즈투노이즈(Noise2Noise)기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1 노이즈가 낀 영상을 깨끗한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인공지능을 만들려면, 기존에는 (노이즈가 낀 영상-깨끗한 영상)의 쌍을 데이터 세트로 구축해야 했습니다. 노이즈투노이즈 기법이란,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노이즈가 낀 영상-다른 패턴의 노이즈가 낀 영상)의 쌍으로 데이터 세트를 구축해도 성능이 똑같거나 더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즉, 깨끗한 영상을 모으지 않고도 인공지능이 깨끗한 영상을 만들어내게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요? 가장 중요한 원리는 인공지능이 데이터의 평균을 찾아가는 특성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매일 아침 출근길에 시간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교통이 원활해서 30분만에 도착하고, 어떤 날은 교통체증 때문에 1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데이터를 무수히 많이 모아서 평균 출근 시간을 계산하면, 45분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이 원리를 노이즈투노이즈에 적용해봅시다. 여기서 평균 출근 시간은 '깨끗한 이미지’에 해당하고, 교통 상황은 노이즈에 해당합니다. 노이즈투노이즈는 평균 출근 시간을 계산하기 위해 수 많으 교통 상황(노이즈)에서의 출근 시간을 모아서 평균을 취하는 방식으로 계산된다는 점을 이용합니다 . 즉, 노이즈가 추가된 이미지들의 평균은 깨끗한 이미지와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노이즈가 있는 영상의 쌍을 무수히 많이 학습시키면, 인공지능은 그 사진들의 평균이 노이즈가 없는 이미지일 것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에어스메디컬이 출판한 본 논문에서는 노이즈투노이즈 기법을 MRI 특성에 맞게 변환한 알고리즘을 제안하였습니다.2 MRI촬영시 생기는 원본데이터(Raw data)에 수학적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2가지의 다른 노이즈 낀 영상을 생성하게 됩니다. 이렇게 무수히 많은 노이즈 쌍 데이터를 만들어내어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모델을 실제 의료 환경에서 쓰이는 MRI 영상에 적용해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습니다. 그림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기존에는 노이즈가 덮여 있어 흐릿하게 보였던 구조물들이 매우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공지능 모델이 기존 구조를 왜곡하지 않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다년간 임상경험을 쌓아 오신 2분의 영상의학과 전문의 교수님들께서 영상 평가를 진행하셨고, 그 결과 인공지능이 영상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도 품질, 미세 구조 가시성, 병변의 가시성이 매우 크게 향상되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기 위해 단순히 노이즈 영상-깨끗한 영상을 모아서 학습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복잡한 수학적 논지와 알고리즘이 복합적으로 적용되어야 신뢰도 높은 인공지능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기반 MRI 영상 처리 기술에 담긴 더 자세한 원리가 궁금하시다면 오늘 소개 드린 이 논문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https://doi.org/10.1007/s00330-022-09243-y)

 

참고 문헌:

  1. Lehtinen, Jaakko, et al. “Noise2Noise: Learning image restoration without clean data.” arXiv preprint arXiv:1803.04189 (2018).
  2. Jung, Woojin, et al. “MR-self Noise2Noise: self-supervised deep learning–based image quality improvement of submillimeter resolution 3D MR images.” European Radiology 33.4 (2023): 2686-2698.